Seoul 17.11.2020

한눈에 파악하는 국내 가전 채널의 구분과 한국적 특성


국내 가전 시장 채널의 구분

일반 생필품보다 평균 가격대가 훨씬 높은 가전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보다 다양한 구매처를 고려한다. 조금 비싸지만 꼼꼼하게 챙겨주는 오프라인 가전전문점을 이용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11번가나 쿠팡 같은 이커머스 업체를 먼저 찾아볼 것이다. 비록 코로나 여파로 현재 쉽지는 않지만, IT나 카메라 같은 제품은 다소 제한되는 상품 구색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보다 조금 더 저렴한 면세점을 이용할 수도 있다. 혹은 부피가 작고 보다 교체 주기가 짧은 소형/생활가전을 찾는다면, 인근 대형마트의 가전 매대를 손쉽게 이용할 수도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 대기업들이 이커머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면서 가전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상품 판매를 준비하는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판로의 대안이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국내 가전 상품의 판매 채널은 크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나뉜다. 오프라인은 다시 업체의 취급 품목에 따라, 가전만 취급하는 “가전전문점”, 가전과 다른 카테고리도 함께 취급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로 나눠 볼 수 있다.

온라인의 경우는 조금 더 복잡하다. 과거 온라인 채널은 롯데나 신세계, CJ, 롯데 등 국내 대기업이 TV홈쇼핑 채널과 연계하여 운영하는 “종합몰”과 디지털카메라, IT제품 등 특정 카테고리만 판매하는 “전문몰”이 있었다면, 현재는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들의 성장으로 보다 복잡해졌다. 대표적으로 11번가와 이베이가 소유한 옥션, 지마켓이 “오픈마켓”으로 분류되고, 대부분 재고 매입 없이 셀러 유치를 통한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가 큰 특징이다.

그리고 한국의 아마존으로 부상하고 있는 쿠팡이 속한 “소셜커머스”가 있다. 물론 지금의 기준으로 쿠팡이 ‘소셜커머스’로 분류되기에는 쿠팡이 많은 변화가 있었고, 한국의 소셜커머스의 채널 구분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그루폰과 같이 SNS를 기반으로 대량 구매를 유도하고, 일정 구매 오더가 모였을 때 딜을 하여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던 업태가 한국에 도입된 것이 소셜커머스의 등장 기원이나, 현재는 이런 마케팅적인 기준보다는, 재고 직매입 여부와 그 비중을 바탕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한 점에서 직매입 비중이 오픈마켓 보다 종합몰에 더욱 가까운 쿠팡과 같은 업체들은 여전히 직매입과 오픈마켓의 혼합 형태로 볼 수 있다.

기타 온라인 채널로 분류하는 것은, 오프라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TV라이브 홈쇼핑, 최근 각광받고 있는 T-Commerce (IPTV와 연계한 녹화 방송 홈쇼핑), 네이버의 스마트 스토어, 카카오톡 스토어, 전통 오프라인 채널이 운영하는 자체 온라인몰인 Click & Mortar 등이 있으나, 여전히 가전 시장에서의 그 비중은 크지 않으며, 앞으로 변화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GfK POS Tracking - GfK 채널 구분

한국에만 존재하는 가전 채널 - 전매점

한편 국내 가전 시장은 나름의 이유로 유별나다. 국내 오프라인의 전매점과 혼매점의 구분이 그것이다. 보충하자면, 전매점은 단일 브랜드만을 취급하는 오프라인 가전 전문 점포를 의미하며, 혼매점은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가전 전문 점포를 의미한다. 이는 글로벌 가전 브랜드사의 모국이 한국이라는 점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즉, 한국의 글로벌 가전 브랜드만을 판매하는 특별한 매장이 한국에는 존재한다.

미국의 Best Buy 역시 혼매 전문점이며, EU 역시 북유럽계(Dixson Carphone)과 서유럽계(Media Markt)의 공룡 혼매 가전 전문점이 각각 지역에서 1등을 달리고 있다. 한국과 궤를 함께 해오던 가전 강국이었던 일본 시장만 보더라도, 약 10여 개의 혼매 가전 전문 유통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여전히 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혼매점은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최근의 일렉트로마트가 추가되어 고작 3개 업체에 불과하다.

GfK POS Tracking – 주요 가전의 전매점 혼매점 시장 점유율

이러한 한국만의 고유한 채널의 존재는, 한국의 입점을 준비하는 많은 해외 브랜드와 국내 중소 브랜드들에게 여러 시사점을 준다. 한국 시장에서 엘지와 삼성과 카테고리를 공유하는 브랜드의 경우, 이러한 전매점의 존재는 초기 시장 점유율 확보 차원에서 명백한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진출을 생각하는 해외 브랜드의 본사나, 국내 판매를 대행하는 총판, 국내 토종 중소 브랜드 관계자라면, 자사 취급 카테고리의 이러한 오프라인 채널의 역학관계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오프라인 혼·전매점의 차이 - 1. SKU와 매장 수의 관점

혼매점과 전매점은 그 채널의 정의 자체가 내포하듯, 서로 매우 다른 특성을 가진다. 많은 차이점을 짐작할 수 있겠으나, 먼저 SKU(재고관리단위) 매장 운영 방향성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GfK POS Tracking – A카테고리의 SKU, 매장취급율 비교 현황

최근 뜨고 있는 소형 가전 A 카테고리를 통해 차이를 본다면, 도표에서처럼 혼매점은 작년과 비교했을 때 더 많은 매장에 A 카테고리를 취급하는 것보다는 (취급 매장 수 전년 대비 5.3% 증가), 이미 취급하고 있는 매장에 더 다양한 SKU를 선보이고 있음을 (평균 취급 SKU 수 전년 대비 +36.4% 증가) 알 수 있다. 이는 한정된 판매 공간에서 최고의 매출액을 올려야 하는 혼매점의 특성상, A 카테고리를 포함한 무수히 많은 카테고리의 상품을 모두 진열/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A 카테고리와 가장 부합하는 최적의 입지(매장)에만 선별적으로 진열, 판매하는 혼매점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하겠다. 즉, 무수히 많은 상품 중에서, 적극적으로 좋은 상품을 선별하고 최적화해야 하는 혼매점의 특성상 “평당 매출액”이 중요해진다.

반면, 전매점은 혼매점 대비 진열할 수 있는 상품이나 카테고리의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평당 매출액의 관점보다는 매장 수의 확대를 통해서 해당 카테고리의 전체 매출액을 견인하고자 끊임없이 시도한다. 도표에서도 전년 대비 취급 매장수가 25.5%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전매점과 혼매점의 구조적인 차이는 한국 진출 혹은 입점을 고려하는 브랜드에게, 가장 우선순위로 떠올릴 온라인(온라인은 구조적으로 혼매채널이다) 채널 외에 또 다른 대안으로 고려될 만하다. 성장하는 카테고리에 제품을 출시하는 입장이라면 오프라인의 혼매점에도 새로운 브랜드가 입점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수수료 관계나 비용적인 측면은 온라인 대비, 더욱 꼼꼼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오프라인 혼·전매점의 차이 - 2. 소비자 구매 여정

유통사의 운영 방식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유통사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태도와 관점도 필수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GfK가 조사한 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소비자는 같은 가전제품을 구매하더라도, 유통사 브랜드에 따라, 구매 여정 단계에 따라 상당한 차이의 선호도를 보인다.

GfK POS Tracking – 유통사 브랜드별 소비자 구매 여정 단계

글로벌 25개국의 쇼핑객의 구매 행동의 트렌드를 조사하는 GfK FutureBuy 연구의 한국 결과에 따르면, 보기를 주지 않고 물어보았을 때 (Top of Mind/spontaneous awareness) 가전제품 구매처로 처음 꼽은 곳은 롯데하이마트(혼매점)였다. 가전 구매처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TV 광고를 주로 하는 롯데하이마트가 가전제품이나 브랜드 이미지 광고에 집중하는 삼성이나 엘지의 스토어보다 높은 차이의 점수를 받았다. 반면 인터뷰이에게 아래의 유통사들을 보기로 주고 나서 물어본 질문에는(Awareness) 대부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지(Awareness)에서 구매고려(Consider)로 넘어가는 전환율이다. 롯데하이마트와 엘지/삼성의 스토어는 모두 7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고, 이마트도 의외로 7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마지막 구매고려(Consider)에서 선택결정(Choice) 단계로의 전환율은 롯데하이마트가 1위, 그다음이 삼성 디지털 플라자, 그다음이 LG 베스트샵이었고 다른 유통 브랜드들은 모두 5점 이하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비록 도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구매 고려 (Consier)대신 ‘실제 방문(Visit)’으로 대체하고, 선택 결정 (Choice) 대신 ‘실제 구매(Purchasing)’ 여부를 물었던 조사에서도 구매 전환율 결과는 1위 롯데하이마트, 그다음이 LG 베스트샵, 삼성 디지털 플라자 순으로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샘플링 방식의 소비자 조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조사와 결과는 무엇을 시사하는가? 롯데하이마트나 전자랜드 같은 가전 혼매점은 선택 결정, 구매 전환율이 높은, 한국인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가전 구매처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것이 강점인 대형마트도 나름의 강점이 있다. 운영하고 있는 제품이 소비자의 인지-결정- 방문-구매 여정 가운데 어디를 겨냥해야 판매 확률이 높아지는지, 어느 단계에 강점이 있는 유통사와 파트너십을 가져가야 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보다 전략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채널 전략의 중요성과 혼매 채널의 현재 위치

앞서 한국의 일반적인 가전 채널의 분류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적 환경에 기인한 전∙혼매 채널의 특성, 나아가 각 오프라인 유통사별 소비자의 브랜드 인지도 현황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다. 특히 온라인과 달리 제품 하나를 진열하고 관리하는데 비용이 적지 않게 드는 오프라인 채널의 특성상, 유한한 마케팅 재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해서라도 각각의 채널에 대한 특성과 각 채널을 찾는 소비자의 특성을 사전에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한국의 혼매 채널은 앞서 밝혔듯이 나름이 판매 전략을 가지고, 여전히 시장의 적지 않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한 가지 큰 변수인 온라인은 여전히 그들에게 위협적일 수 있으나, 최근 롯데그룹의 “Lotte-On” 신설과 천문학적인 투자, 일찍이 모든 오프라인 소비자 접점을 SSG.com이라는 온라인 쇼핑 포털로 통합한 신세계의 발 빠른 움직임 등, 오프라인 기반의 전통 혼매 유통사들이 보여주고 있는 다이내믹한 행보는 온라인은 온라인의 강점을 바탕으로 오프라인을 모방하고, 오프라인은 오프라인의 강점을 바탕으로 온라인을 모방해 나간다는 차원에서 향후 크게 기대되는 대목이다.

카테고리별로 큰 차이가 존재하지만 가전 시장에서 여전히 오프라인 채널은 무시할 수 없는 큰 존재이다. 현존하는 혼매 채널에 대한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그들의 변화를 빠르게 캐치하여 그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국내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이루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한 축이 될 것이다.

GfK Korea Market Insight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