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21.10.2020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

올 상반기의 가전 시장은 이전 글( 이전 글 참고: 코로나19, 가전 시장의 악재인가 호재인가? )에서 한차례 짚었던 바와 같이, 준비된 한국의 온라인 인프라, 코로나 이전에는 없었던 시장 이벤트들, 가구 내 잉여자금의 확대 등의 이유로 과거 10년의 장기 정체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1.8% (전년 대비 금액 성장률)의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상반기 코로나 발생기에서 확산기를 거쳐, 여전히 재확산의 우려는 남아 있으나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가 다시 유지되고 있는 지금, 적어도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생활 방역 체제가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올 상반기에 나타난 작지만 이례적이었던 시장 호황은 일시적 시장 임팩트에 기인한 반짝 특수였을까, 아니면 가전 소비 패턴의 거대한 변화의 작은 시작점이었을까?

하반기에도 성장세는 지속될까?

GfK의 분석에 따르면 가전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6~8월) 가전 시장 성장세는 짧은 기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2020년 8월까지의 누적 성장률을 큰 폭으로 상승시켰다 (+8.8%). 특히 한정적인 계절성에도 불구하고 항상 매년 판매 상위 1~2위를 차지해오던 에어컨이 올해 날씨 탓으로 판매가 저조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6~8월의 가전 카테고리의 두 자릿수 성장률과 10%에 가까운 현재까지의 누적 성장률은 매우 고무적이다.

GfK POS Tracking - 가전제품 시장 수요 변화

주요 제품별로 살펴봤을 때도 성장률이 더욱 높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상반기 고전을 면치 못하던 건조기의 경우, 신모델 판매 호조로 6~8월 짧은 기간 회복하며, 가까스로 성장으로 전환하였으나, 여전히 시장 평균에는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점만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제품 공히 매우 큰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상반기 이벤트는 끝이 난 것일까?

상반기에는 전년과 달리 코로나와 무관하거나, 혹은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는 다양한 시장 이벤트들이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수업 및 재택근무, 정부의 으뜸 효율 가전 환급 사업, 재난 지원금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이벤트들은 가전 카테고리 각각의 개성에 따라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유로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일례로 다년간 미세먼지 기상 발령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수요가 함께 늘었던 공기청정기는 코로나로 공장 휴무, 교통량 감소 등으로 시장 수요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받고 있다.

반대로 시장의 이벤트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았던 카테고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트북이다. 특히나 노트북 시장은 사이즈가 매우 크고, 온라인을 통한 소비 비중이  커서 언택트 트렌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가장 크게 받았으며, 이로 인해 다년간 장기 침체를 겪던 시장이 코로나로 인해 극적인 수요 상승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의 노트북 시장을 살펴보면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6~8월에 시장 평균과 비슷한 20.8%의 성장률을 기록하였고, 1~8월 누적으로는 여전히 14%라는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GfK POS Tracking - 노트북 시장

상반기에 시작된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라는 이벤트의 영향이 과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가? 이런 이벤트가 그간 노트북에 대해서 심드렁한 반응을 보여왔던 소비자를 현재까지도 자극하고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개개인의 소비 심리를 일반화하여 대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현재 대략적인 노트북의 보급을 통해 잠재 소비자의 규모를 가늠해 볼 수는 있다. 정부 산하, 한국 IT 센터에서 약 5천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트북의 인당 보급률은 28%에 불과하며, 동 조사가 2018년 실시된 조사라는 점과 그간 노트북의 구매 수요 (Sell-out)의 역성장 추세를 감안한다면, 현존하는 노트북 잠재 수요의 규모는 여전히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이 벌어지고, 한국에서도 여전히 코로나의 재확산 우려가 존재하는 만큼,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라는 이벤트는 현재는 영향력이 작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이벤트이다. 다시 재확산의 조짐이 나타난다면 반응할 것으로 보이는 잠재수요가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또한 코로나19 재확산과 별개로 많은 기업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근무의 일상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재택근무가 보편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많은 단계가 필요하겠지만, 이 전에 없던 시장의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온라인, 한 번 구매가 습관으로

상반기 코로나로 인한 가전 시장 성장의 원인 중, 한 가지의 큰 축은 온라인 채널이다. 6~8월 온라인의 경우 오프라인보다 2배 가까이 큰 성장세(33%)를 보여주면서, 1~8월 누적으로는 19%를 기록, 시장 평균 8.8%보다 약 2배 가까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오프라인은 6~8월 저조했던 상반기에 비해, 다소 소비심리가 회복되어 역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나, 코로나 시기에 여전히 한국의 가전 시장은 온라인 채널에 기댄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의 성장 전환은 전반적인 소비 심리 회복인 반면 온라인은 소비 심리 회복과 더불어 점차 온라인으로의 선호가 고착되어 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가 크게 확산하던 시기에 오프라인 대신 선택했던 온라인 채널에 머무르게 되고,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NBD10_3채널별성장률3

온라인 중에서도 소셜커머스의 성장이 더욱 두드러진다. 여전히 전체 시장에서 10%의 비중을 차지할 뿐이지만, 그 성장세는 굉장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소셜커머스의 FMCG(일상 소비재)의 판매와 이용자 수가 큰 폭의 성장을 이루면서 소셜커머스 채널의 사용자 베이스 자체가 커진 영향도 있겠지만,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가전업체들을 위한 전략들 또한 이런 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의 대형 가전의 로켓 배송 및 로켓 설치 확대 적용은 그간 국내 진출에 어려움을 겪던 가전 외산 브랜드들에게 판로 개척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어주었을 뿐 아니라, 그 수수료 역시 전통 오프라인 채널보다 저렴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온라인 업체들의 사용자 경험(UX)에 대한 더 발전된 개선 시도다. 저 관여 제품에 대해 구매 과정 중 불필요한 많은 요소와 단계를 과감히 생략한 쿠팡의 최근 결제 UX 변경 사례는, 소비 습관을 플랫폼 내에서 뿌리내리게 하려는 시도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습관화의 시도가 상대적 고가인 가전제품으로 향후에 적용될 수 있을런지의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

이제까지 코로나 발생~확산기 이후, 코로나에 적응하기 시작한 시장의 변화들을 살펴보았다. 가전 시장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되었고, 온라인 선호 현상은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비록 일부 카테고리를 한정적으로 살펴보긴 하였으나, 굵직한 시장 이벤트로 인한 시장에의 긍정적 여파는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예상 밖의 영향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시장의 변화의 폭이 크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5월의 시장과 6~8월의 시장의 변화 속도가 크게 다른 것처럼 하반기의 시장과 2021년의 시장은 지금과 많은 변화를 보일 수 있다. 이처럼 시장의 변화 폭이 크고 빠른 시기일수록 현재의 관찰 가능한 변화들을 적기에 발견하고 현재 자사의 위치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면, 시장에 변화에 대해 더욱 기민하게 대응해야만 한다. 지속적으로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변화를 바탕으로 기존 계획을 빠르게 수정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전략 수립과 수정의 사이클을 짧게 가져가는 것이 코로나 시대에서 살아남는 뉴노멀이 되지 않을까.

GfK Korea Market Insight 팀